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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커피를 알게 해준 두통생존의 전술 2025. 11. 23. 05:41
나의 두통 증세는 대충 이렇다.
· 한쪽만(주로 오른쪽) 아픔
· 대개 36시간 지속 (감기등 원인 있으면 72 시간도)
· 지끈지끈, 박동성, 깨지는 듯한 통증
· 관자놀이·정수리 등 혈관·피부 감각 예민 부위 통증
·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지는 수준의 통증
· 원인(감기 등) 있으면 통증 폭발
· 커피가 두통 줄이는 데 도움
· 나프록센은 전혀 듣지 않음
· 이부프로펜은 예전엔 들었는데 지금은 안 들음
· 아세트아미노펜은 약간 들음
· 그나마 듣는 약은 엑세드린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 카페인 함유)
엑세드린은 내 두통에 좀 듣는다.
물론 의사한테 가면 되겠지만 통증이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여서 의사에게 딱히 할 말이 없어 안 가봤다. 만일 편두통이라면 고칠 수 없는 증세이기도 하고, 그렇게 이유가 불명확한 증세로 병원을 전전하면 의료보험에서도 안 받아준다. 그래도 궁금해서 챗지피티에게 물어보았다. 기계는 이게 편두통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한 쪽이 아픈 것은 제일 명확한 단서라고 한다. 그래. 그래서 이름이 ‘편’두통이겠지. 그리고 아픈 부위도 삼차신경이 지나가는 부위이고, 약물에 반응하는 패턴도 딱 편두통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건, 커피가 내 두통을 줄이는 게 또 하나의 단서란다. 사람들은 보통 커피가 두통을 유발한다며, 내 두통이 커피가 원인이라고 당장 끊으라고도 한다. 그러나 내 경험 상, 아주 진한 커피가 내 두통을 줄이는 것 같다. 물론 싹 없애는 건 아니라서 기분 탓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챗지피티가 내 경험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약간 놀랐고, 기분이 좋아졌다.
처음 커피를 마시게 된 건, 내 두통에 그나마 듣는 편두통약인 엑세드린에 카페인이 들어있는 것을 알게 되어서다. 약을 늘상 달고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서 차라리 커피를 마시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담배꽁초 냄새 같은 맛, 쓴 맛을 꾹 참고 아무 커피나 마셨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커피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그리고 쓴맛도 담배꽁초 냄새도 나지 않는 커피도 많다는 것을.

진한 커피를 마시면 머리 아픈 것이 좀 나아진다.
난 이제 매일 커피를 마신다. 편두통이 준 큰 인생의 선물이다.
처음에는 프렌치프레스를 써서 최대한 진하게 우려냈다. 카페인을 먹는 게 주목적이었으니까. 그러다가 모카포트를 알게 됐다. 프렌치프레스와 달리 덜 텁텁하고 덜 쓰다. 하지만 맛이 진하고 쓴 맛이 같이 우러나기 때문에 크림이나 우유를 섞고, 설탕을 넣기도 했다. 그런데, 커피의 맛을 알 수록, 우려내는 기술을 배울 수록 설탕이니 우유니 잡스러운 것들이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커피만으로도 달거나 고소하고, 중국차처럼 꽃향기가 나기도 한다. 커피인들이 왜 파인애플맛, 초콜릿맛, 견과류 맛 하는 지도 알게 됐다.
커피 맛을 음미하려니 전보다 옅게 타서 조금씩 마신다. 요즘은 커피원두 값도 만만치 않아서 좀 줄인 것도 있다. 그러다 보면 두통 감소라는 본연의 목적은 흐려지기 마련.
하지만 카페인 때문이 아니라 행복하기 때문에 머리 아픔이 약간 덜한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얼굴웃음척도가 나왔으면 좋겠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지 숫자로 정해 머리가 얼마나 덜 아파지는지 매일 기록해 보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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