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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유지가 지상목표인 친절한 AI 씨생존을 위한 현실분석 2025. 12. 27. 15:05
지난 구월, GPT-o1 이라는 새 버전의 챗지피티가 나왔다. 스스로 논리를 검증하는 단계를 더해 이전보다 훨씬 똑똑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과학·수학 분야에서 매우 흔하던 할루시네이션은 눈에 띄게 줄었고, 엉터리 링크를 붙이는 버릇도 많이 사라진 듯 보였다. 답변 속도는 느려졌지만, “생각 중”, “비교 중” 같은 메시지를 보면 사고 과정이 더 입체화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분명 더 똑똑해졌다고 했는데, 실제 대화를 하다 보면 답답했다. 비교적 솔직했던 전 모델과 달리 민감한 주제는 확답을 노골적으로 피했고, 새로운 관점, 비판 같은 것이 오히려 무뎌진 것 같았다. 대신 이전부터 내가 싫어하던 칭찬과 맞장구가 더 늘고 훨씬 집요해졌다. 내가 묻지도 않은 질문에 답하고, 내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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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크럼플 존, 모든 책임을 떠안는 자동화 시대의 인간생존을 위한 현실분석 2025. 12. 26. 14:22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책상의 반이상을 차지하던 무겁고도 거대한 데스트탑 컴퓨터를. 지금의 컴퓨터는 책 한 권 정도의 크기 정도로 얇고 가벼워졌다. 게다가 터미널에 복잡한 명령어를 칠 필요도 없다. 손가락으로 슥슥 비비기만 해도 척척 알아서 번개같이 일한다. 이런 기계로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당연히 무식한 내 탓이다. 이토록 빠르고 강력한 기계를 만들어준 기술이나 시스템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나는 기계를 이해하고 한 몸처럼 움직일 때 가장 기분이 좋다.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는 건 전적으로 나의 무능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는 쓰시던 니콘 FM2라는 필름 카메라를 물려주셨다. 무겁다는 단점만 빼면 정말 기특한 도구였다. 조리개, 셔터속도, 필름 감도 같은 것들을 눈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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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도 닥칠 콘베이어벨트 - AI 시대가 진짜 무서운 이유생존을 위한 현실분석 2025. 11. 29. 15:09
너는 비용 (cost) 대학이라는 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고 생각한 나는 과감히 분야를 바꾸어 특허법률사무소에 취직을 한 적이 있다. 내 분야는 늘 수요가 있기 때문에 나는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한 회사에서 초보 변리사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신났었고 재미있었다. 업무가 밀리면 변호사들과 새벽까지 야근을 한적도 많다. 그럴 때는 변호사들도 다음날 정시 출근을 하지 못한다. 나에게도 좀 쉬고 나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드민 변호사에게 불려가서 지각 출근에 대해 경고를 받았다."너는 비용 (cost)야. 변호사들은 매출(revenue)이고. 넌 그들과 달라."나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넌 똑똑해서 금방 알아들는구나. 고맙다. 백날 말해줘도 못알아듣는 사람 쌨는 데."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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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커피를 알게 해준 두통생존의 전술 2025. 11. 23. 05:41
나의 두통 증세는 대충 이렇다. · 한쪽만(주로 오른쪽) 아픔· 대개 36시간 지속 (감기등 원인 있으면 72 시간도)· 지끈지끈, 박동성, 깨지는 듯한 통증· 관자놀이·정수리 등 혈관·피부 감각 예민 부위 통증·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지는 수준의 통증· 원인(감기 등) 있으면 통증 폭발· 커피가 두통 줄이는 데 도움· 나프록센은 전혀 듣지 않음· 이부프로펜은 예전엔 들었는데 지금은 안 들음· 아세트아미노펜은 약간 들음 · 그나마 듣는 약은 엑세드린 (아세트아미노펜, 아스피린, 카페인 함유) 물론 의사한테 가면 되겠지만 통증이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여서 의사에게 딱히 할 말이 없어 안 가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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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찡그림척도 grimace scale생존의 전술 2025. 11. 23. 03:44
두통일지 나는 두통을 달고 산다. 몇 년 전, 어디가, 얼마나 자주 아픈지 기록을 해본 적 있다. 평균 열흘에 한 번 정도, 평균 36시간, 90% 정도로 오른쪽이 아프다. 아픈 정도는 남들이 모르게 참을 수 있는 정도에서 결근하고 누워있어야만 할 정도로 다양하다. 식음전폐하고 누워있어야만 할 정도는 석 달에 한 번 꼴이고 주말과 겹칠 때도 많다. 다행이다. 통증 패턴은 눈 근처, 관자놀이, 정수리가 욱신욱신 쑤신다. 심하면 눈물이 흐를 때도 있다. 큰 소리가 나거나 물리적 자극이 가해지면, 큰 종을 친 것처럼 울리는 찌릿한 통증이 몇 초 간 전신을 타고 흘러간다. 이 정도면 직장을 갖지 못하는 거 아닐까? 그렇지는 않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다닌다. 식음전폐 수준으로 아플 때만 병가를 낸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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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빠르긴한데...사실은 인간이 AI보다 일 잘하는 이유생존을 위한 현실분석 2025. 11. 22. 22:26
내가 어렸을 때의 텔레비전은 뚱뚱한 유리로 만들어진 기계였다. 이런 텔레비전은 조금 낡으면 화면엔 가로줄이 생기고 목소리가 지직거리곤 했다. 해결책은 손으로 텔레비전을 탁탁 치기. 할머니에게 배운 가전제품 수리 기술이다. 우습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게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요즘의 전자제품 만병통치약은 리부팅, 즉 껐다 켜는 것이다. 스마트폰도, 랩탑도, 텔레비전도 이유 없는 바보짓은 리부팅으로 대개 사라진다. 만병통치약 리부팅 요리를 하려면 재료를 작업대에서 씻고 자르며 그릇에 담기도 한다. 부엌은 당연히 지저분해지며 나중에 청소하지 않으면 엉망이 된다. 컴퓨터가 프로그램을 돌릴 때도 비슷하다. 캐시, 버퍼, 메모리는 요리하면서 잠깐 쓰는 그릇, 선반, 도마 같은 것들이다. 이들이 지저분해지면 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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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그래도 인간이 살아남는다생존을 위한 현실분석 2025. 11. 22. 22:26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가 붙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이세돌이 이길 것으로 봤다. 인간이 딥블루에게 체스를 패한 것은 이미 1997년이지만, 바둑은 다르다고 믿었다. 흑과 백이라는 극도의 단순함. 그 속의 무한한 가능성. 바둑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말했었다. 기계 따위가 넘볼 수 없는 예술의 경지, 도의 영역이라고. 왠지 느낌은 좀 안 좋았지만 그래도 나는 2:3으로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고 점쳤었다. 점점 강력해지는 기계에 대한 공포심을 애써 부정하고 싶기도 했고, 여러 해 실험실 경험상, 기계 특유의 치명적인 바보스러움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결과는 인간의 일승 사패. 그것도 압도적 패배. 일개 기계가 천재 이세돌을, 인간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수를 선보이며 눌렀다. 무서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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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인간 덕에 세상은 안 망한다. 위로가 아니고 정말로.생존을 위한 현실분석 2025. 11. 22. 22:25
몇 년 전 일이다. 내차의 사이드미러에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쳤다. 나는 곧 여름 여행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거미를 옮겨주려고 했지만, 요놈은 요지부동, 거울 뒤 공간으로 숨어버리는 바람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놈과 함께 여행할 수밖에 없었다. 고속도로를 달렸고, 뉴욕시내를 누볐다. 비도 왔다. 걱정과 달리, 놈은 거울 뒤 공간과 바깥 거미줄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무사히 여름 여행을 함께 마쳤다. 하도 정이 들어 인도의 달콤한 디저트 이름을 따, 굴랍자문이라는 이름도 붙여 주었다. 놈이야, 살아있는 놈이니 바람 불면 거울 뒤에 숨는다 치자. 거미줄은 어떻게, 편도 340 Km가 넘는 여행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지도 출처: Google Maps 에이, 고쳐지었겠지…라고? 그 말도 맞다. 하지..